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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로 퍼지는 ‘인형매춘’학교 주변 '리얼돌 체험관'시민 청원 빗발쳐

등록일 2021년04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주택가까지 파고들어… 전국에 최소 150곳, 빠르게 확산

구청 인허가 안 받으면 파악 어려워…단속도 한계
서울 '구역' 넓은데 전담 인원은 지원청별 1명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 학교 인근에서 '리얼돌 체험카페'가 운영돼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학교 밖 청소년 유해업소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에 위치한 ‘리얼돌 체험방’. 이곳은 실제 여성의 신체, 얼굴을 정교하게 재현해 만든 실리콘 인형 형태의 성(性) 기구 ‘리얼돌(real doll)’이 딸린 방을 빌려주는 곳이다.

 

1시간 이용료는 현금 4만원. 복도를 따라 방 7개가 나란히 있었다.

 

사장 A(51)씨가 “이 방 리얼돌이 가장 인기가 많다”며 한 방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 1평도 채 되지 않을 법한 좁은 방 침대에 키 170㎝가량의 옷을 벗은 리얼돌이 누워 있었다.

 

사실상 ‘인형 매춘(賣春)’이다.

 

A씨는 “작년 1월에 문을 열었는데 많을 때는 월 1000만원까지 번다”며 “주 2~3회 찾는 단골도 있고, 청량리역 근처에 낸 2호점은 노숙자가 주 고객”이라고 했다.

 

이처럼 리얼돌을 시간제로 빌려주는 ‘리얼돌 체험방’(이하 리얼돌방)이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코로나로 사창가, 오피스텔 성매매 등이 어려워지자 ‘사람이 아닌 여성 인형’이 법의 빈자리를 꿰차고 들어선 것이다.

 

업계에선 현재 전국에서 150곳 이상이 영업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리얼돌을 수입·판매하는 것은 합법이다

 

리얼돌방 역시 ‘성기구 취급 업소’로 분류돼 별도 설립 허가가 필요 없다.

 

한 리얼돌 업체 관계자는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던 업주들이 코로나 감염 시 동선 공개로 손님들이 줄어들자 ‘리얼돌’로 업종을 많이 갈아탔다”면서 “요새는 손님 없는 모텔들도 남는 방에 리얼돌을 넣고 장사한다”고 했다.

 

사실상 ‘인형 성매매’를 하는 리얼돌방이 규제 사각지대 속에서 학교, 구청 인근 등 주택가로 확산하자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청 근처에 리얼돌방이 문을 열려고 하자, 나흘 만에 4만명 넘는 시민이 반대 청원에 참여했다.

 

결국 14일 백군기 용인시장이 직접 나서 “15일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주위 시선을 의식해 간판 없이 예약제로 오피스텔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13일 한 리얼돌방 운영자에게 연락하자 “돈을 송금하면 리얼돌이 있는 오피스텔 호수와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미성년자도 얼마든 이용 가능한 구조다.

 

일부 업소는 리얼돌에 교복을 입혀 놓고 영업하는 등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얼돌방뿐 아니라 리얼돌 자체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4일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리얼돌’을 검색하자, 7만8000여 상품이 쏟아졌다.

 

사람 신체와 유사한 것은 보통 100만원 안팎으로, 3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高價) 인형도 있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할 만큼 많아진 것도 리얼돌 확산 요인 중 하나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과, 리얼돌을 매춘의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는 리얼돌 대응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은 2019년 6월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한 성인용품 수입 업체가 세관을 상대로 낸 수입 통관 보류 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은 “은밀한 영역의 개인 활동에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풍속을 해치는 물건”이란 이유로 여전히 수입을 막고 있다.

 

리얼돌방 관련 주민 신고가 잇따르지만 경찰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몇 차례 단속해봤지만 검찰이 대법 판결을 들어 전부 불기소 처분했기 때문에 단속할 동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중증 장애인이나 노인 등 성욕을 해소하기 힘든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긍정적 효과를 말한다.

 

이에 대해 윤김지영 창원대 교수는 “리얼돌 체험방은 예약제에 인형을 고를 수 있고, 시간당 서비스 등 성매매 업소 운영 방식과 아주 비슷하다”며 “리얼돌은 성적 욕구 해소 차원을 넘어 인간의 형상을 묘사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정완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개인의 리얼돌 사용은 허용하더라도, 아동 모습의 리얼돌이나 리얼돌 체험방까지 허용할 것인지 등 세밀하게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유해업소가 실제 집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청이나 지원청에서 주기적으로 현장점검을 다니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민원 다발 지역 위주로 진행되는 편이다.




또 서울은 인구밀집 등으로 전체 면적 중 '교육환경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39.2%에 달한다.

 

전국 행정구역(1004억㎡) 중 교육환경보호구역은 2.76%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 차이가 뚜렷하다.

구역은 넓지만 지원청마다 교육환경보호구역 전담 직원은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성상 민원과 소송도 잦아 지원청 내에서도 교육환경보호구역 업무를 기피하려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일선 학교 주관으로 매년 2회 이상 학교 주변 유해업소를 점검하도록 하고 있지만 학교 단위에서 걸러지지 않는 업소는 방치될 우려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할 세무서나 공인중개사 협회 등과 협의해 신·변종업소 무단설치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단속정보도 관계기관과 공유해 상시로 집중점검 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유해업소가 줄어들고 있지만 기존에 없던 형태의 업소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다시 늘어날 수도 있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선 인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choichina@naver.com
타임포스트 www.time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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