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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으로 수소문…음지 맴도는 국내 임신 중절

등록일 2022년06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49년 만에 '낙태 합법화' 판결을 폐기하면서 낙태권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대안 입법 부재로 혼란만 거듭하고 있다.

 

3년 전 헌재가 낙태죄 처벌 조항 일부를 헌법불합치 판단한 이후 오히려 여성들은 인터넷 등에서 낙태 방법을 찾는 등 부정확한 정보들로 신체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임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소셜미디어와 포털 사이트 등 온라인상에는 산부인과의 임신중절 수술 광고 글이 쉽게 검색된다.

트위터에는 지역별로 임신 중절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알려주고 상담해주는 계정이 운영되고 있으며, 여성 회원이 대다수인 커뮤니티에서도 낙태와 병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임신한 여성의 낙태가 합법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임신 중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낙태를 완전히 양지화할 '대체 입법'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재는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자기낙태죄'와 의사가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동의낙태죄'를 처벌하는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까지 대체 입법을 마련하도록 했으나,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부안부터 임신 주수 기준을 아예 폐지하는 법안까지 다수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임신 중절 수술이 비범죄화됐으면서도 법적으로는 정착되지 않은 애매한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이 낙태 수술을 거부해도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임신 중절 수술에 의료보험 적용도 되지 않고, 병원마다 각기 다른 수술비를 제시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약 1년 전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은 직장인 A(32)씨 역시 병원 5∼6곳을 돌아다닌 끝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강씨는 "수술 여건이 안 된다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낙태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병원이 많았다"며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수술을 하는 병원을 알아본 뒤에야 임신 중절을 할 수 있었지만, 과연 안전할까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여성·시민단체들은 하루빨리 관련 법안을 제정해 임신 중절을 하나의 '보건 의료 서비스'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현재 낙태 수술 관련 가이드라인이나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고 비용 역시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법안을 통해 임신 중지의 완전한 제도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임신 중절 관련) 치료를 보장할 수 있는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술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먹는 낙태약'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계와 의료계는 낙태죄 폐지 이후 꾸준히 먹는 낙태약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유통 자체가 불법이다.

 

식약처는 미프지미소정 등 낙태 약물 허가 심사를 1년째 하고 있으며, 약물 낙태를 허용하고 인공임신중절 세부 절차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정부 개정안 역시 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먹는 낙태약의 구매처와 후기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실생활에서는 널리 퍼져 있다.

 

나영정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 '셰어' 기획운영위원은 낙태약의 장점이 많은 데다 이미 상용화되다시피 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정식 도입을 늦춰야 하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낙태약 허용을 촉구했다.

 


 

최정훈기자 choichina@naver.com
타임포스트 www.time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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